그러나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농군 부부의 관심은 오로지 유기농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어른들의 반대로 당장 실행할 수는 없었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주고 제초제 안 하면서 농사지으려니까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죠. 그렇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나…. 남편하고 하나하나 몸으로 겪고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첫 해 생긴 문제를 경험으로 해결하면 다음 해엔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만 받아먹고 커온 나무와 땅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끊으니 금단증세를 보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5년간 장상희씨 부부가 매달린 것은 비료에 찌든 땅을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 일과 농약이 아니면 맥을 못 추는 나무들을 농약 중독에서 저항력 강한 건강한 나무로 치유하는 밑작업이었다. 이렇게 소신으로 밀고온 우직한 농부의 고집은 이제 서서히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노하우도 축적되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농사꾼이 풀을 깎지 않는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풀도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풀이 나무 아래 우거져 있으면 진딧물이나 응애 같은 해충이 풀에서 머물고 나무로 올라가지 않아요. 또 새들도 과일보다는 풀에 있는 벌레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배나무 아래 풀 속에 벌레가 적당히 있으면 새들이 과일을 쪼지 않아요. 이렇게 자연을 그대로 놔두고 이용하는 것이 유기농의 기본이에요."
“자연은 인간에게 베푸는 존재인데 우리가 그걸 막고 있죠. 이젠 땅도 제대로 숨 쉬게 해야 해요. 우리 농원이 유기농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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