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평 농원을 유기농으로 경작하면서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모든 고객에겐 저희농원을 방문하면서 농부의 수고와 자연의 신비를 같이 느낄수 있는 가족같은 고객이 있는 농원입니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향기 나는 세상, 작은일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세상,  부나 명예보다도 자연과 함께 하는 시골의  삶이 저는 좋습니다. ”

유기농 배 농장 "주원농원"을 남편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장상희씨는 회계학을 전공하며 공인회계사(CPA)를 준비하던 재능있는 도시 처녀였다. 그가 과수원집 큰아들을 만나 배농사꾼이 된지 20여년이 되었다. 이제 그녀는 나무와 느낌을 소통할 정도 전문농업인이 되었다.

"나무의 잎만 보고도 얘가 어디가 아픈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알아야 해요. 그래야 농사꾼이죠."





대학에서 만난 남편 김경석씨는 아버지의 배 농사를 이어받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였고 장상희씨는 결혼과 함께 미련 없이 도시생활을 접고 바로 "일 잘하는 새댁"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서는 얼굴 하얀 새댁이 힘들게 일하는 것을 안쓰러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농사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임신해서 배가 남산만 한데도 그 넓은 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서울 색시 일 잘한다"고 어른들 칭찬이 많았지만 전 그 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겨울에서 봄 사이 배나무를 하나하나 가지 쳐 주는 작업을 하는데 힘은 들지만 다 끝내놓고 보면 마치 아이들 이발시켜 놓은 것같이 얼마나 예쁘던지 지루한 줄 모르고 쳐다보곤 했죠."





그러나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농군 부부의 관심은 오로지 유기농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해오던 방식을 고수하는 어른들의 반대로 당장 실행할 수는 없었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기농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농약 안 치고 화학비료 안 주고 제초제 안 하면서 농사지으려니까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었죠. 그렇다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나…. 남편하고 하나하나 몸으로 겪고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첫 해 생긴 문제를 경험으로 해결하면 다음 해엔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만 받아먹고 커온 나무와 땅이 갑자기 이 모든 것을 끊으니 금단증세를 보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5년간 장상희씨 부부가 매달린 것은 비료에 찌든 땅을 자연 상태로 돌려놓는 일과 농약이 아니면 맥을 못 추는 나무들을 농약 중독에서 저항력 강한 건강한 나무로 치유하는 밑작업이었다. 이렇게 소신으로 밀고온 우직한 농부의 고집은 이제 서서히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노하우도 축적되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농사꾼이 풀을 깎지 않는다고 하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풀도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풀이 나무 아래 우거져 있으면 진딧물이나 응애 같은 해충이 풀에서 머물고 나무로 올라가지 않아요. 또 새들도 과일보다는 풀에 있는 벌레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배나무 아래 풀 속에 벌레가 적당히 있으면 새들이 과일을 쪼지 않아요. 이렇게 자연을 그대로 놔두고 이용하는 것이 유기농의 기본이에요."

“자연은 인간에게 베푸는 존재인데 우리가 그걸 막고 있죠. 이젠 땅도 제대로 숨 쉬게 해야 해요. 우리 농원이 유기농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