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부친의 농장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배농사에 팔을 걷어붙인 주원농장 김경석대표의 배농사는 유기농 배 재배를 위한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처음 아버님으로부터 배 농사를 물려 받고는 어떻게 배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나 과수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열망으로 여러 방법을 동원하다가 연속적인 실패를 보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아버님께서 과수농사에 손을 떼라는 엄명을 내려 5년간 과수를 떠나 살아야 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5년 후 다시 돌아와 배 과수원을 맡게 되었는데 그래도 무농약 재배에 대한 집착을 저 버릴 수 가 없었습니다. '

국내 최초 유기농배 생산자, 한국 유기농배 연구회장이라는 걸출한 김경석 대표의 직함은 유기농업을 향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극복한 명예로운 훈장과 같은 것이다. 김대표가 유기농 과수재배가 성공을 이루기까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2003년부터 시도된 4무 농법(無비료, 無농약, 無경운, 無제초)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해 봄,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고 흑성병이 유행했던 것. 그 결과 여름에 낙엽이 지고 가을에는 배가 호두 만하게 열렸다.


“그해 끝없이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죠. '내가 경솔 했었나'라는 생각에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네팔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가난 때문에 농약을 못 사 자연적으로 유기농을 실시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고 ‘그래, 유기농은 어려운 것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유기농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다시 도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무농약으로 다시 시작했다. 뼈아픈 상처들을 극복하고 점차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커지기 시작했다. 유기배를 재배하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다수확은 되지 않으나, 병충해에 내성이 강한 품종인 화산 감천 등으로 배나무 식부를 전환하였고 자재 투여를 줄여 뿌리가 스스로 필요한 양분을 찾아 활발히 생육하게 유도했다. 대략적으로 관행농업 생산량에 비해 70~80%정도의 생산량은 충분히 도달될 수 있다는 확신을, 그리고 충의 문제와 균의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 무농약 농사, 저만 나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나무를 도와주고 나무는 스스로 변화합니다. 나무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자연적 방어능력과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다양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이런 상대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갖게 되고 그런 느낌을 실제 체득하게 되면서 농사가 더욱 흥미로워지고 고귀해 지는 것 같습니다. ”

김경석 대표는 유기농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농사철학을 터득했다. 그리고 자연의 이치에 따른 유기농법이 자연생태 환경을 이용해 해충을 막는 동시에 과수의 성장을 돕는 것이지만 이는 곧 우리의 생명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 제가 생각한 것은 환경입니다. 화학농법은 환경을 해치지만 유기농법은 토양, 물, 생명체까지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간접적인 자연보호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농약과 비료라는 ‘주사' 놓아 자연이 스스로 베푸는 것을 막고 있어요. 이제는 자연의 힘으로 베풀 수 있게 만들어 줘야할 때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관행재배로 가도 난관이 있음을 알기에 꿋꿋이 감내하며 이 길을 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