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부업이 사업 될 줄 몰랐죠 - 안복자한과 (광주)




안복자한과 대표 안복자 씨

"어릴 적 명절때마다 어머니가 불을 지핀 방안 가득 숙성된 한과 재료를 펼쳐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벼를 가마솥에서 튀긴 후 교자상에 부어 껍질을 추려내고, 쌀을 일주일 이상 발효시켰죠. 쌀은 빻아서 가루를 낸 뒤 반죽을 만들어 가마솥에 찌는데 이것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 말리면 꼬득꼬득한 한과 재료가 됐죠. 재료를 튀겨낼 때 곁에서 먹던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3일 추석을 앞두고 눈코 뜰새없이 바쁜 담양군 창평면 의항리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54ㆍ여) 대표를 찾았다. 그녀는 명절이 다가올 때면 한과를 만들어주시던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는 집안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음식을 담당할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자랑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맏이로서 이런저런 집안일을 맡아 하다보니 안씨는 이러한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농삿일도 재미있었지만, 한과 조리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우리 것을 지키고, 발전시킨다는 신념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고 있죠."

한과 공장에서 만난 안씨는 "모든 공정을 자체 처리하다 보니까 추석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안복자 한과는 엿강정과 함께 유과, 약과, 다식 등 다양한 종류의 한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한과는 대형 백화점을 비롯해 마트와 쇼핑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팔려나간다. 명절을 앞둔 요즘은 하루 평균 2000~3000세트가 생산되고 있다.

"처음 광주YWCA에서 폐백음식 취미과정을 배웠는데 사업이 될 줄 몰랐습니다. 우연히 마을 조합장 따님의 결혼식에 폐백음식을 했는데 첫 작품이라 마음을 졸이면서 몇 번이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주변의 반응이 무척 좋아 광주에서까지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YWCA에서 함께 폐백음식을 배웠던 30여명의 수강생 중 지금까지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안씨가 유일하다.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안씨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내는 인내심까지 갖추고 있어 획득한 자격증 수만도 적지 않다.

"집안형편이 어려웠고 워낙 배우는 것을 좋아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들을 찾다보니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발관리사, 피부관리사 등 다양한 일을 접했던 것 같습니다. 농삿일을 할 때도 우선순위는 공부와 취미활동이었죠."

1980년 고향인 광주에서 결혼한 안씨는 생활형편이 어려워 남편의 고향인 창평으로 내려왔다. 당초 3~4년만 농사를 짓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인심 좋은 농촌생활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땅 한 뼘 없이 남의 땅을 빌려 짓는 농사로는 근근이 먹고살기도 어려운 형편. 안씨는 지난 99년 부업 삼아 시작했던 폐백음식과 한과 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아예 주업이 됐다. 2001년에는 안복자 한과를 설립했다.

특히 담양 여성자원봉사자회 총회장을 맡으면서 활발히 활동했던 안씨는 지역사회에서 쌓아온 신뢰와 넓은 인맥이 사업의 발판이 됐다고 말한다.

"농사를 병행할 때에도 일주일에 20상자 이상씩 주문을 받았는데, 그야말로 일이 신이 날 때였습니다. 봉사로 사회활동을 먼저 시작해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됐어요. 군 관계자들도 격려해주시고, 직접 여성직업 훈련 강의도 나가다보니 주위에서 입소문을 많이 내 소개를 해주셨어요."

안복자 한과는 재료로 순수한 우리 농산물만 고집한다. 또 대부분의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을 받고서야 생산에 들어간다. 그것도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통방식 그대로 일일이 수작업을 한다.

전통한과의 고급화에 기여한 공로로 안씨는 농림수산부로부터 전통식품 인증(2002년)을 받았고, 농수산물 가공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2006년)됐다. 2005년부터는 미국ㆍ유럽ㆍ중국 등 5개국에 해외수출도 하고있다.

매년 수차례씩 직접 해외바이어를 만나 수출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안씨는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대규모 한과공장 설립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던 적이 있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 토질은 물론 물과 공기도 다릅니다. 예컨데 중국에도 석류가 있지만 신맛이 안나고 단맛만 나고, 대추도 크지만 한국의 것보다 향이 진하지 않습니다. 한국 고유의 맛과 향을 담아야하는 한과인데 중국 땅에서 더구나 저가 원료로는 제대로 맛을 낼 수가 없어요."

이러한 안 대표의 고급화 전략과 신념은 요즘 큰 호응을 얻고있다. 해외 바이어들의 신뢰를 쌓아 안복자 한과를 지정해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한인 중개인이 63개 지점이 있는 미국의 한 마트에 납품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안복자씨의 한과를 시험 판매, 현지 반응을 살피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일본에서도 바이어들이 안복자씨를 직접 찾아와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인도에 진출하기 위해 퓨전 카레맛 한과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음식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한국 요리가 없으면 세계의 요리도 없다'는 신념으로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당찬 각오다.

출처 전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