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어머니의 일기장

어머니 나이 85세, 어머니의 일기장을 보았습니다.

일기라기 보다는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빛이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기록이었지만

참 오랜된 일기장이었습니다.

적어도 30년은 된 기록이라 생각 됩니다.

아주 오래전 어머닌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막내아들 (지금은 맛있는 철학자의 남편이 된)이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일이엇지요.

혼자 4남1녀를 길러 내셧습니다.

처음 결혼하고 나서는 어머니가 호랑이처럼 느껴지던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게 서툴고 느린 며느리는 늘 어머니가 무섭게만 느껴졌습니다.

결혼하고 13년이 되어 가는 지금 어머니는 이빠진 호랑이처럼 힘이 없답니다.

그래도 화가 나면 불같이 무섭지만...

그래도 힘이 없지요.

우연히 본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어머니의 삶의 흔적들을 봅니다.

 

 

 

 

 

호랑이처럼 살아야 했던 세월들...

작은 것 하나라도 아껴야 했던 시절들...

아들들 손에 조금씩 쥐어 졌던 용돈들...

혼자 농사 지었던 농사의 기록들...

그 기록들이 모여 지금의 삶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야속하게,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정말 밉다라고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빛바랜 어머니의 일기장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짠~ 해옵니다.

혼자 여자로서 세상을 살기가 참으로 힘들었던 시절....

참으로 열심히 살아 왔구나....

참으로 너무 멋지게 아들들을 키웠구나...

라고 생각하니... 어머니가 훌륭하시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분은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제 남편을 낳아 길러준 분이기도 합니다.

(호랑이처럼 여겨졌던 시어머니지요)

그리고 어머니의 빛바랜 일기장 속에 있던 사진..

아버지였습니다. 전 이 빛 바랜 사진으로 처음 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