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나무 구조 조정 하던 날


올해 감귤 과수원을 임대했습니다.

늘 새로운 것을 접할 때는 두렵기도 하지만 자꾸 만나다 보면 정이 드는 사람처럼

아직은 낯선 과수원이지만 정이 들겠지요.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반 재배로 해야 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습니다.

과수원의 감귤나무들이 너무 빼곡하게 심어져 있어 간벌을 했습니다.

잘라낸 감귤나무들을 파쇄( 잘게 자르거나 부수는 것)하다 보니

나무의 뿌리가 마치 나이테를 보는 듯합니다.

감귤 나무 자른 것을 보고 있노라니 꼭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해집니다.

한 때는 대학 나무라 불리면 자식들의 대학도 결혼자금도,

부모님 효도관광도 다 이 곳에서 수확한 돈으로 했지만..

세월이 흘러 많아진 감귤 양에 그리고 달디 단 입맛에 소비자의 입맛은

귤 따위는 거들 떠 보지도 않는 현실이 되었답니다.

(나무의 그루터기가 긴 세월을 이야기하듯 나무의 뿌리가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입니다)

때로는 뜻하지 않은 태풍에 가뭄에, 홍수에 그리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그 세월들이 나무의 나이테에 그리고 나무가 되어버린 뿌리에도 그

흔적들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나의 어머니의 손금처럼 말입니다.

그 많은 고난의 세월들의 흔적만을 남겨 두고 오늘 나무는 베어 집니다.

잘린 나무 가지는 파쇄 되어 거름으로 크고 두꺼운 나무는

이웃의 따뜻한 화목 보일러 연료로 쓰여 집니다.

그리고 더러는 삼겹살 구워 먹을 때 쓰면 그 감귤나무 특유의 향이

베어져 향긋한 삼겹살이 됩니다.

새로 임대한 과수원이 정리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겠습니다.

그리고 넓어진 감귤 과수원을 뛰게 할 것입니다.

그러면 바람도, 나무들의 숨소리도 함께 아이들과 뛰겠지요.

훗날... 내 과수원의 나무의 나이테는 즐거운 사연들을 많이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