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봉 수확 중입니다.

한라봉을 수확하고 있자니 지나왔던 한라봉의 300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3~4월에 느닷없이 닥친 한파에 한라봉나무도, 귤나무도 그리고 곧 나오려고 준비했던 고사리까지

모두 주춤했었지요. 그 영향 때문인지 올해는 꽃 피는 시기도 늦었고,

많은 꽃이 나오다 추워서 채 피어 보지도 못햇지요.

지난 여름은 em제주농장지기가 일본여행을 가는 바람에 마누라 혼자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혼자 한라봉 하우스를 지켜보겠다고 어설픈 일들을 했지요.

다행히 곤파스가 잠자는 사이 얌전하게 지나가는 바람에 한숨 돌리며,

남편의 자리를 새삼 확인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름이 지나 이제는 한라봉들이 잘 자랄 날만을 기다렸건만 느닷없는 한라봉

가슴앓이가 있었습니다. 비가 많았던 올 여름 서귀포는 온통 눅눅했었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대기중의 수분 때문인지 한라봉들이 쩍쩍 벌어지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한라봉의 내면은 막 자라고 싶은데, 겉의 한라봉은 그렇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한라봉은 그러허게 가슴앓이를 했나 봅니다.

그런 일들, 저런 일들, 다 보내고 , 다 겪고 한라봉을 수확하게 되었네요.

잘 자란 한라봉 , 주황색으로 익은 한라봉을 보면서 ..

그리고 수확을 앞둔 농부는 가슴이 설레입니다.

하얗게 한라봉 꽃 향기를 맡는 봄날에도 이내 마음은 지금처럼 설레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농부에게 한라봉은 많은 의미를 줍니다.

봉부의 작은 소망들을 하나하나 실현시켜준답니다.

내년을 살아갈 힘을 주지요. 봄이면 새로이 농자지을 자금도,

그리고 언젠가는 땅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아이들의 학원비도, 부모님의 작은 용돈도,

그리고 때로는 가족이 여행할 수 있는 여행경비도,

em제주농장을 이끌어 가는 경비도 모두 이곳에서 나온답니다.

그리고 어느 이름 모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까지...

제가 한라봉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많습니다. 그래서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