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식품? 지역에서 나옵니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깊다. TV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가짜 식품에 대한 고발이 등장하고 기업은 점차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식품 기업들을 “믿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먹거리를 만드는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기업들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더욱 승승장구 하고 있다. ‘동상면사람들'도 이런 ‘예외'적 기업에 속한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의 특산품인 감을 이용해 감식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영농조합 ‘동상면사람들'은 오랜기간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쌓아 오고 있는 지역의 우수 식품기업이다.



어머니의 ‘손 맛'에서 시작된 감식초 사업

 

“동상면사람들의 시작은 어머니 손맛에서 시작됐죠”

동상면사람들 유승정 대표는 사업의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그는 고향인 동상면에서 3대째 살아온 평범한 농촌청년이었다. 감식초를 만들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도 마을 특산품인 감과 표고 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을 터였다.

“감식초 사업은 정말 우연히 시작하게 됐어요. 마을 특산품이 감이다 보니 어머니께서 감식초를 종종 만들어 주셨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서울에서 오신 손님 한 분이 감식초가 맛있다며 이걸로 장사를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사업의 시작이라고 하기엔 매우 우연한 일이었다. 외부 손님의 조언 한 마디에 힘을 얻은 승정씨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감식초가 없어 승정씨가 ‘전국 최초'가 된 셈이다.

“당시에는 감식초를 판매하는 곳이 전혀 없었어요. 저희가 전국 최초로 감식초를 판매한 셈이죠. 물론 감식초라는게 저희 마을만 해도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어온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개발'했다고는 말하지 않죠. 그냥 ‘판매'라고만 하죠”

초보 사업가 승정씨, 우유병에 식초를 담다

막상 사업은 시작했지만 식품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승정씨는 감식초를 어디에 담아야 할 지 몰랐다. 제품을 팔려면 어디든 식초를 담아 팔아야 할 것 아닌가. 승정씨는 급한나머지 당시 처음 출시됐던 파스퇴르 우유병을 구해, 그것을 삶아 감식초를 넣어 팔았다.

“그때는 전용 용기나 뭐 그런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어요. 일단 급한대로 우유병을 구해서 넣었죠.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당장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일단 용기 문제는 해결했지만 판로도 문제였다. 생산된 감식초는 소량이었기에, 판매처 확보가 쉽지 않았다.

“어디에 팔아야 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저희 아버님이랑 ‘한살림' 생협(생활협동조합) 관계자 분이랑 같은 종교활동을 하셔서 의외로 쉽게 풀렸죠. 생협부터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엄청나게 규모가 커졌지만, 당시 생협은 연 매출 몇 천만원대에 그치는 작은 조직이어서 납품처라고 하기엔 매우 작았다. 그러나 그것이 승정씨에겐 행운이었다.

“처음엔 반응이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 당시 생협의 규모가 매우 작기도 했을뿐더러 감식초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이 적었거든요. 거의 적자였어요. 저희가 감 농사까지 같이 해서 생산과 가공을 같이 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 망했을거에요”


인생역전, ‘웰빙'바람

그러나 제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승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영 구조는 적자였지만 끈질기게 버텼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웰빙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2003년 초반부터 였던 것 같아요. 시장에 웰빙이 유행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생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감식초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거죠. 당시엔 제품이 계속 매진되서 없어서 못 팔정도였다니깐요”

당시 시장에 유행하던 웰빙바람은 식품시장에 친환경?유기농 바람을 일으켰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조금 더 값을 주고라도 더 좋은 제품을 사자”는 심리가 유행했다. 덕분에 승정씨는 적자구조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그 때 이후부터는 먹거리나 웰빙에 대한 관심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제품이 경기를 별로 타지 않거든요. 오히려 저희가 출하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서 거래처를 고르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품의 질과 소비자의 신뢰가 중요

웰빙과 함께 자리잡게 된 동상면사람들. ‘어머니의 손 맛'을 생각하며 오랜시간 견뎌온 승정씨 노력의 결과다. 물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동상면사람들의 성장을 도왔다. 그러나 단순히 그 하나만의 이유로 동상면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승정씨가 생각하는 동상면 사람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식품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의 질과 소비자의 신뢰인 것 같아요. 저희는 동상면에서 감을 생산하고 있는 6개 가구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서 생산과 가공이 밀접하게 위치하고 있어요. 그리고 신뢰를 위해서 소비자들이 누구든지 제품의 생산과정을 볼 수 있도록 견학을 허용하고 있어요. 직접 와서 생산과정을 지켜보시는 분들은 저희를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저희는 그때 그때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건의를 받아들여 반영하고 있구요.”

오랜시간 제품에 대한 믿음으로 버텨온 승정씨 다운 대답이다. 그는 말한다.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희야 그런 인식율이 높은 생협을 중심으로 판매해서 좋은 결과 얻을 수 있었지만 대형마트나 이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제품의 질이 좋은 것 보다는 일단 저렴한 것부터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좋은 식품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좋은 제품을 골라서 선택해 줄 수 있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인식전환이 있어야 우리 식품 기업들이 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이 ‘꿈'



큰 성공이라고 말하긴 아직 어렵지만 승정씨와 ‘동상면사람들'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내재한 셈이다. 승정씨는 “더 지역과 함께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저희 목표는 지금 6가구만 함께 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가구들, 우리 동상면 주민들 전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야 동상면 대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기업'이라거나 ‘최고의 식품기업'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바람은 ‘고향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상면사람들'은 신제품 개발과 용기 디자인 변경 등 다양한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동상면사람들'이 정말 모든 동상면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선 현재 상황은 작은 첫걸음에 불과하다. 더 많은 노력과 성공을 위해 노력할 승정씨와 ‘동상면사람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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