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메주를 만들었다.

입동이 지났지만 날씨는 초가을 날씨다.

나무 계단 사이에 크로바가 꽃을 피웠다. 봄인 줄 알았나?




수녀님들께서 메주 만들기 체험을 오셨다.

무려 열 한분이나...

온 마당에 온 집안에 수녀님들로 가득 찼다.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해서 구경을 왔다.

콩 삶는 냄새가 골목을 가득 메우고

사람 소리가 시끌벅적

새끼를 낳은 브니는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짖어 대느라고 야단 법석이다.

새벽 세시부터 불을 지핀 남편 덕분에 가마솥 네개가 두번씩 삶아대니

하루에 콩 세가마니가 메주로 만들어졌다.



열 한분 수녀님들의 빠른 손놀림으로 메주는 금방 만들어지고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도 일손 많은 김에 고추장 메주까지 만들었다.

콩과 밀을 섞어 쪄서 도너츠 모양으로 만들어야하는 고추장 메주는 혼자서 하려면

얼마나 일이 많은지 .. 식으면 모양도 제대로 나지도 않고...

수녀님들 손을 빌려 한 순간에 뚝딱 해치웠다. (하느님 땡큐~~~에요)

이번주 내내 메주를 쑤어야 하기때문에 그 어떤 반가운 손님이 온다해도

눈길한번 맞추기도 힘이든 한 주간이다.

올해도 메주를 만들고 그 메주로 된장을 담글것이다.

메주가 된장으로 변하는 그 세월에

날이 선 내마음도 메주처럼 곰삭아지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