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4일 (음력 1월,2일)일 아침 새벽 잠과 너무 친한 맛있는 철학자를 깨웁니다.

밖에 눈이 사뿐히 온다고... 너무 조용히 와서 눈이 오는 줄도 모르게 그렇게 온다고..

세배하러 가기전에 감귤 과수원에 사진 찍으러 가자고 소근소근 말을합니다.

아이들 깨지 않게...

눈보다 잠이 더 좋은 마누라지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따라 나섭니다.

과수원에 들려 나무들에게 새해 인사도 하고.

한라봉 작업때문에 미쳐 보내지 못한 귤도도 챙겼습니다.

코끝이 싸~하면서도 이 새벽이 좋은 것은 농부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수확이 끝난 과수원이 허전 하기도 하지만...

나무끝에 쌓인 눈 또한 정겹게 보이기도 합니다.

남편이 사진 찍는 사이 어렴풋이 옛생각이 납니다.

농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왔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감귤 수확을 시작하기도 전에 눈이 내렸지요.

암담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그날...

눈을 털려고 과수원에 갔다 돌아 오던날 밤에...

과수원에 가서 눈 털고 왔다고 하니...

강은교님의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시를 들려주던 생각이 납니다.(친구가 들려 주었던 시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

그는 아름답다.

자기의 밭에 홀로 그리고 열심히 씨를 뿌리는자. 아름답다.

그 씨가 아무리 하잘 것 없어 보일 나무의 씨앗이라 하여도

한 겨울에도 부드러운 흙을 자기의 밭에 가득 앉아 있게 하는자.

그래도 이번 겨울 아침에도 땅을 흘리는 자.

땀으로 꿈을 적시는 자, 아름답다.

새벽 녘 찬바람은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이른 새벽 과수원에 새해 인사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는 이 풍경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남편의 마음이 좋습니다.

늘 보던 풍경도 잠시 멈추고 보노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소망에 열심히 귀를 귀울이고, 스스로 내린 어떤의 선택의 결과라고도 기꺼이 껴안고 갈 수 있다면 실패한 삶이란 없다.

거울 속에 비친 겨울도 겨울이어서 좋습니다.

눈은 춥기도 하지만 때론 날 멈추게 하고. 기억을 떠올리게하고, 잠시 날 쉬게 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보게하지요.

그 겨울의 여백이 날 여유롭게 합니다